“아니 요에 웬피가?”
“당신, 생리 때도 아니잖아?”
“아니에요.”
아침부터 피를 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못되었다.
더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피가 보이다니, Y씨는 기분이 찜찜했다. 하필이면 요즘 같은 뒤숭숭한 때에…혹시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Y씨는 찌뿌드드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하루 종일 속으로 마음을 졸였지만 그 날은 별일 없이 넘어갔다. 그렇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 날 아침 요에 묻어 있던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 다음날 아침엔 다행히도 요가 깨끗했다. 그것으로 그들 부부는 찜찜했던 피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후 아침에 또 요에 핏자국이 찍혀 있었다. “어머, 웬일이야? 빨기도 어려운 요가 매일 더럽혀지니… Y씨의 아내가 짜증을 냈다. 이유를 모르니 Y씨의 기분도 이상했다. ‘도대체 어디서 피가 나온 걸까?’
출근길 버스 속에서도 Y씨의 머릿속엔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날 아침에는 으레 요에 피가 묻는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그 때 아내는 생리중이 아닌 게 확실했다. ‘그럼 내 몸에서?’ 순간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칠 동안 그의 얼굴이 어두운 것이 이상했는지, 어느 날 퇴근 무렵 친한 동료 하나가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Y씨는 동료에게 며칠째 혼자서만 꿍꿍 앓고 있던 고민을 털어놨다. “뭐, 출혈이라구? 그럼 성병인데. 이제보니 자네 최근에…” “아냐, 요즘은 그런 일 없었어.” 강하게 부인했지만 그는 가슴이 뜨끔했다. 얼마 전 거래처 사람을 접대하다 본의 아니게 ‘잠깐 외도’를 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병 증상은 없었는데 왜 출혈이 생긴 건가요? 암 같은 중한 병은 아닌가요” 병원을 찾아와 문진을 마친 그가 걱정이 되어 못견디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정력이 좋은 모양입니다. 부인을 매일 사랑해 주시나요?”
“매일은 아니지만 남보다 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피가 나올 수도 있습니까?
자각 증상 없는 병이 더 무서운 법이다. 자각 증상이 없는 만큼 늦게 발견되고 발견한 뒤에는 너무 많이 진행이 되어 있어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정액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 정력이 왕성한 남자에게 생길 확률이 높은 이 증상은 정액이 일시적으로 저장돼 있는 정낭이나 전립선에서 출혈이 되어 발생한다.
그렇지만 이 출혈이 왜 생기는지 온갖 첨단기기로 검사를 해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일단 정낭이나 전립선에 염증이 있을 때, 정낭점막의 비대, 결석이나 고혈압이 원인이라고 생각되며, 대증요업으로 치료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