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예고가 없으며 아주 사소한 부주의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설마 나에게’하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사고에 예외란 있을 수 없다. 자동차 사고가 무서워 차를 안 타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아무 일 없이 잘 다니던 사람들 중에 전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S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뺑소니차 사고의 피해자였다. 한밤중에 분명히 푸른 신호등이 켜진 것을 보고 횡단보다를 건너는데 느닷없이 돌진해온 괴물이 청춘을 앗아간 것이다.
깨어 보니 온통 하얀 벽으로 둘러쳐진 공간에서 훌쩍이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퇴부골절상.’ 이 간단한 단어가 38세밖에 안되는 그의 신체를 지팡이에 의지하게 만들었고 참 왕성해야 할 남성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요도 손상으로 인해 요도성형술까지 받은 그의 남성기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사고 후 그의 하루하루는 자신의 일생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악몽의 나날이었다. 자신을 치인 뺑소니 차는 찾아낼 수가 없었고, 아내는 불구가 된 남편 대신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그의 아내는 생활력이 강한 여자였다. 보험금과 퇴직금을 합쳐 시장 한 귀퉁이에 반찬 가게를 열었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잘 돼 생활은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경제적, 육체적으로 무능해진 S씨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어만 갔다. 자정 무렵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아내를 볼 면목도 없고, 자신이 성적으로 무능해 아내에게 최소한의 배려도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을 들 때면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사고 이후 S씨가 제일 듣기 싫은 소리는 아내의 한숨소리였고, 가장 보기 싫은 것이 웃음기라고는 없는 아내의 표정이었다.
강하면서도 밝은 아내의 성격이 침울해져 가는 것이 자신의 성적 무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는 자신을 증오했다. “난 괜찮으니까 당신이나 뭔가 해볼 생각을 점 해봐요”라고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 역시 곱지는 않았다. 그는 뭔가 매달릴 일을 찾기 위해 부동산 중개사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얻었다. 그러나 IMF한파로 온 나라가 이사조차 갈 수 없는 불황에 빠지게 되자 근근이 꾸려 가던 사무실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아내의 가게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보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것의 감각이나 아내의 반응이 전과 같겠느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던졌다. “요즘 남성의학은 어느 첨단 분야 못지않게 발전하고 있어요. 환자분 나이쯤 되면 정상인들도 강직도가 떨이지고 성행위 횟수도 줄어드는데, 이 보형물 수술을 받으면 언제든 원할 때 가능하고 감각도 과거보다 떨어지지 않는데다 강직도가 아주 높아 부인들도 만족스러워 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그는 결국 물주머니형 보형물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남성 상징의 직립 메커니즘을 본딴 것으로 물주머니, 작동 스위치, 튜브, 그리고 2개의 실린더로 구성돼있다. 작동 스위치는 음낭에, 실린더는 남성의 상징에, 나머지는 복부에 삽입한다. 반응 경로는 이렇다. 작동 스위치를 가볍게 누르면 물주머니의 물이 튜브를 타고 흘러 들어가 실린더를 가득 채워 꼿꼿이 직립하게 된다. 작동 과정은 아주 정교해서 수술한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성배우자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이다.
다음날 아내와 함께 온 S씨는 그래도 미심쩍은 얼굴로 수술을 받았다. 퇴원할 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준 다음, 사용해본 뒤 꼭 다시 병원에 들르라고 부탁했다. “이제 저도 어두운 잡념들을 떨어버리고 자신 있는 새 삶을 개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도 좋아하고, 덕분에 오랜만에 우리 가정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순간, 완전한 사랑을 도와주려는 남성의학의 개가를 듣는 듯했다.
이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