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K씨가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는 완전히 고객 숙인 남자의 전형이었다. 차마 남 앞에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어 더듬거리기도 했다. 그의 고민은 남자라면 80%이상 갖고 있는 조루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그 자신의 성생활에 문제를 발견한 것은 의외의 자리에서였다. 어쩌다 알게 된 젊은 여성과의 외도에서 제대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정말 경이롭게까지 생각되었다.
“선생님, 제가 그렇게 빠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집사람한테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그런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니 아내는 자신과의 성생활에 전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없이 사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런 의심은 엉뚱한 망상으로 번져 급기야는 질투 망상(의처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경이롭다는 것인지, 왜 자신으르 조루라고 생각하는지 차분히 설명해 보세요.” “그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조루란 단어를 몰랐어요. 그 여자와 사랑을 끝낸 순간 여자가 갑자기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하며 아주 멸시하는 투로 말하는 거에요.” 여기서 그 여자란 남편과 헤이진 지 3년된 이혼녀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K씨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녀 쪽이 더 적극적이었다.
오히려 쑥스러운 쪽이었던 K씨는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과감해질 수 있었다. 격렬한 키스와 애무에 이어 곧장 사랑의 행위로 돌입했던 K씨, 그러나 문제는 그의 행위가 끝나자마자 일어났다. 흡족해 할 줄 알았던 여자가 목소리의 톤을 높이며 “별써 다 끝난 거예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했을 때, K씨는 평생 처음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을 느끼며 그녀와 헤어진 K씨는 집에 돌아와 다시 아내와 시험적인 사랑을 나누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볼이 빨갛게 되며 속삭였다. “당신 오늘 다른 때보다 더 정열적이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그는 아내에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 내가 좀 빠르다는 생각 안 해?”
“모르지, 단 남자를 모르니까.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요?” “응, 오늘 친구들과 우연히 밤생활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짜식들이 어떻게나 허풍을 떨던지. 한번 불 붙으면 20분, 30분씩 끈대나 어쩐대나 하면서 과시를 하잖아.” 그러나 꾸며댄 말이기는 하지만 친구들이 했다고 전한 그 말이 허풍은 아니다. 결혼생활 10년 정도 되면 10~15분쯤 끄는 것이 정상이다. 전희후 1~2분 안에 끝내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 비정상도 성배우자에 따라 다르긴 하다.
여자의 성감각은 남자에 의해 개발된다. 결혼 전 성적자극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결혼해 남자라고는 오로지 남편이 전부인 여자는, 성반응 시계가 남편에게 맞춰져 있어 조루가 문제시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K씨는 자기 아내가 자기에게 충족하지 못한 쾌감의 부족분을 다른 남자로부터 채우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망상이었다. 자신의 열등의식을 애꿎은 아내에게 투사시킨 것에 불과했다.
그의 귀두신경은 지나치게 예민해 있었고, 비록 그의 아내는 불평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경험한 외도에서의 경험 때문에 그는 더욱 급속한 조루에 빠져들어갔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완전한 남성을 위해 조루를 고칠 방법을 물어왔다. 누구에게나 군림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음경배부신경 차단수술을 받았다. 그 후로 병원에 들른 그의 얼굴은 완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섹스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자 표정과 행동마저 바뀐 새로운 남성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