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다움을 주먹의 세기와 근육질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한국 남성은 섹스에 있어서도 내용보다 체면을 중시한다. 여성에 대한 배려나 사랑의 테크닉을 익히기보다 물건의 크기와 모양으로 여성을 제압하고 뽐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음경에 파라핀이나 바셀린을 주입한 뒤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 들중에는 평소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많다.
물건 하나로 여자 를 제압함으로써 그 동안의 설움을 씻어보겠다는 계산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음경의 모양과 크기는 여성의 오르가즘을 높이는데 그다지 기여하는 바가 없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여성들은 남성이 성적으로 매력이 있거나 자신 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절정에 도달하기 쉽다는 결론을 내린다.
음경의 모양보다는 정서적인 교감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마음가짐과 기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나라 남성의 성기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올바른 성의 가치관이 정착되지 않는 한 쉽게 교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대 후반의 P씨 역시 친구의 권유로 음경에 파라핀을 주입한 후 3개월 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병원을 찾았다. 파라핀이 조직 속을 파고 들어 유착을 일으키고, 혈관을 압박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부위가 썩어가고 있었다. 모양 역시 처음에는 그럴듯 했다는데 병원에 왔을 때는 음경의 안쪽이 알을 밴 생선처럼 솟아올라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파라핀이 피스톤 운동에 의해 안쪽으로 밀린 듯 했다. 썩어가는 표피를 벗기고 들어가보니 다행히 음경해면체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은 무사했다. 조직과 엉겨있는 파라핀을 상당부분 제거하고 환자의 평소 소망대로 진피이식을 통한 확대성형술을 시행했다. 환자가 비교적 빨리 병원에 온데다 운도 좋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필자는 이런 무지한 남성들을 탓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비뇨의학과 의사 들이 남성의학을 소홀히 하고 외면하던 사이 많은 돌팔이들이 양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해부학적 지식으로 무장하고 성기성형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전문화 한 의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성기 수난시대도 이제 곧 종말을 고할 것이다.
<이무연 mooyeonle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