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피로회복에 좋다. 한때는 러시 아워에 차가 막혀 지각하기 일쑤이던 젊은 샐러리맨들이 새벽에 출근해서 아침으로 해장국 한 그릇을 비운 뒤 목욕탕에 가서 전날 쌓인 피로를 풀고 나와 근무를 시작하는 것이 풍속도처럼 행해진 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오전 업무를 끝낸 뒤 점심시간에 목욕탕에 가서 한숨 자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잠도 부족하고 술과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이 방법은 좋은 피로회복제 역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40대의 D씨는 12~13년간 한 번도 동료나 상사와 목욕을 한 적이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심지어는 대학동창들과 수안보까지 여행을 가서 친구들이 온천을 할 때도 혼자만 빠져 밖에서 술만 마신 사람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목욕을 피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최소한 회사 주변에선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봄, 야유회 때 D씨는 자신의 목욕탕 기피 증후군에 대한 의문이 얼핏 풀리는 얘기를 했다. 물론 술을 마시면서 나눈 음담패설 뒤끝에 살짝 말꼬리만 비쳤지만 관심있는 사람들은 ‘아하, 이 사람이 친구들과 함께 목욕을 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난 말이야, 결혼한 이후 마누라가 절정에 오르지 않으면 절대 사정하지 않아.”이 소리를 들은 부원들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 우리 부장님 정력이 정말 좋으시군요”하고 감탄했지만 동석했던 E차장의 생각은 달랐다. D부장이 여럿이 목욕 가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혹시 자신의 심볼 콤플렉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실제 그랬다. 술자리 같은 곳에서 남성의 상징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D부장은 으레 “술 더 들어”하는 것으로 중간에 말을 끊곤 했던 것이다.
그것 역시 D부장이 스몰 페니스 콤플렉스가 아닐까 하는 심증을 굳혀 주었다. 그런데 그 무렵 마침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생겼다. 사내에 35세의 직원 하나가 음경확대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졌고 상사나 동료들이 그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 일이었다.
특히 입에 올리기 쑥스로워 피할 것 같던 여사원들은 둘만 모이면 그 사람을 화제로 올려 놓고 킥킥거리며 웃어대곤 했다. 그 때문에 사무실 전체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D부장이 한마디했다. 확인도 안 된 남의 사생활을 가지고 인격 모독적인 뒷 소리는 하지 맙시다.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결점을 보완해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용기는 칭찬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자가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범상하게 생각한다면 남자가 비뇨의학과에 가는 것도 흉될 것이 없는 것이다.
그 뒤 D부장과 구설수에 올랐던 당사자 단둘이 소주집에서 독대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D부장이 감사인사를 받는 자리였을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그것으로 그 해프닝은 끝났다. 그러나 사실은 그 날 이후 D부장이 구설수에 오른 직원의 안내로 필자에게 와 상담을 하고 갔다.
D부장의 상징은 자신의 체격에 맞지 않게 조그만했다. 2천 명에 1명쯤 있다는 단소음경 소유자였던 것이다.
단소음경이라고 해서 어린애 고추만한 것이 아니고 정상보다 2㎝밖에 작지 않으며 정상적인 성생활도 가능하다. 단지 자기 스스로가 ‘단소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다보니 오히려 12~13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부부생활의 질이 높아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 사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쏟은 주의력과 정성을 다른 데로 돌렸다면 D부장은 더욱 생산적인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