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방광염이란 증상이 있다. 신혼여행을 가서 너무 격렬한 사랑을 나눈 나머지 여성의 은밀한 부위에 성병 비슷한 증상이 생기는 병이다.
소변을 자주 보고 싶고 보고 나도 시원치 않으며 잔뇨감이 있어 다시 가보면 나오지도 않는 병, 즉 방광자극증상이 이 병의 정체다.
섹스에 대해 너무 모른채 사랑을 시도한 커플에게 흔히 생기는데, 간혹 이런 증상에 대해 선지식이 없어서 오해가 생겨, 서로의 혼전 순결을 의심하는 데까지 발전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증상은 신문 잡지에 너무 흔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혼기의 선남선녀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고, 신혼여행 비행기에서 내리는 즉시 병원을 찾으면 곧 의혹이 풀린다. 친정 어머니나 언니들도 다 아는 증상이라 말을 꺼내면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신랑 역시 신혼 초야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신혼여행 첫날밤의 불능이 그것이다. 초야의 불능은 하도 많이 소개가 되어 있어서 얘깃거리 수준도 안 될 정도로 흔한 불상사다. 그렇지만 아무리 많이 들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신혼여행을 가서 자신이 그 이야기에 주인공이 된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남자의 체면을 어처구니 없이 구기는 첫날밤 불능증은 심인성 불기부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데, 섹스에 처음 노출되는 남자가 겪는 통과의례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이 사례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다른 여자와는 가능한데 특정 여자와의 관계에서만 안 되는 경우, 두번째는 시도하는 모든 여자에게 안 되는 경우다.
28세의 P씨는 미혼시절 직업여성과도 접촉을 한 적이 있고, 서투르나마 자신보다 연상의 ‘홀로된 여성’과도 관계를 가져본 경험자였다.
일단 결혼을 한 후로는 이런 관계들을 청산했고 별다른 문제없이 일 년을 지냈다. 아내 쪽에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초기니까 그렇겠지 하며 자위했다. 그런데 결혼한 지 1년이 지나 첫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문제가 생겼다.
아내를 안고 싶은 욕구가 생겨도 어찌된 셈인지 자신의 상징이 잘 서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아내는 P씨의 과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당신 혹시 과거에 너무 복잡한 여자 관계를 가져서 이제 정상 궤도에 못 올라서게 된 거 아니에요?”
아내는 그저 추측으로 한 소리였지만 내심 찔리는 데가 있었던 P씨는 일단 적당히 얼버무려 놓고는, 결국
필자의 진찰실 문을 두르렸다.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는 가능하면 마음의 비밀을 털어 놓지 않고 고치려고 한다.
아무리 남자라도 죄의식과 수치심을 남 앞에서 쉽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자신이 한 일이 수치스럽거나 죄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장하고 정당화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려고 한다.
젊은 나이므로 일단 기질적인 원인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 문진을 계속했으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기질적 원인부터 먼저 체크했다.
기본적인 혈액화학 검사와 여러 가지 내분비 검사는 정상으로 나타났고 야간발기 검사도 무사히 통과했다.
그는 기질적인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내가 안스러워 보였든지 검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 거풀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사실 몇 개월 전 퇴근길에서 우연히 과거에 교제했던 연상의 ‘홀로된 여성’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녀는 P씨가 결혼한 줄 알면서도 거의 협박조로 유혹의 손길을 뻗쳤고, 혹시 아내가 알까봐 걱정이 된 그는 그녀와 함께 러브 호텔에 갔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그가 이런 일을 진찰 초기에 말하지 않은 것은 그 일을 단순히 한 번쯤 지나간 바람으로 여겨 죄라고 생각지도 않은데다가, 그런 ‘외도 같지도 않은 한 번의 사건’이 자신의 성기능에 영향을미쳤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죄의식이나 수치심 등은 인간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드러나지 않는 의식일수록 강한 부정으로 포장되어 있는데다, 잠재 의식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어 본인은 느끼지도 못하는 엉뚱한 곳에 영향을 미친다.
P씨는 발기부전은 그 사건이 있는 뒤로부터 아내에게 더 잘해 주려고 노력하는 마음 자체가 부담이 되어 버렸고, 문득
‘그 여자를 다시 만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이 갈등을 일으켜 인체 내부 균형을 망가뜨린 결과라 할 수 있다.
P씨와 같은 사례는 전문적인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심각한 상태가 아닌 때에는 원인 치료 없이 드러난 문제점만 교정해 주면 원인은 서서히 소멸되는 역순(逆順)의 치료법이 더 성과가 클 때도 있다.
남자의 기능 문제는 남자로서의 자신감만 회복시켜 주면 대부분 좋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P씨는 짧은 기간 동안의 약물요법을 써보기로 했다.
발기유발제는 주사제, 경구 투여제, 요도 내 약물 주입법 등 종류가 많은데, P씨의 경우는 요도 내 약물투입법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 방법은 정신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남자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전투는 전투대로 하면서 따로 협상을 해 문제를 풀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P씨는 아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응대할 수 있었던 덕분에 남편으로서의 권위 유지는 쉽게 해결됐다. ‘홀로된 여자’ 문제 등 다른 사회적인 스트레스는 남성 기능과는 별도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