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는 심술쟁이다. 인간에게 감당 못할 불행을 주어 놓고 즐기니 말이다. 조물주가 인간을 괴롭히려고 준 병을 인간이 연구, 발견해 낸 것만도 무려 3만 가지, 그 중에는 별 희귀한 병도 다 있다. M씨가 걸린 창피한 (?) 병도 희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력이 슬슬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아내 보기가 호랑이 보는 듯하던 차에, 지난 연말의 어느 날 소변을 보다가 자신의 상징이 구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별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구부러진 못'처럼 휜 상징이 아무리 펴도 안 펴지는 것이었다. 구부러진 부위는 좀 딱딱한 느낌이 들고 무엇인가가 만져지는 것 같기도 했다. ‘혹시 암?’
순간 그는 정신이 번쩍 났다. IMF한파가 시작될 때라 정신이 없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 싶었다.
퇴근 후 홀로 술집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사건의 자초지종을 되씹어 보았다. 자신의 상징이 구부러진 것 외에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프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그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암도 처음에는 아프지 않다지 않는가. 지난 6개월간 생활 변화를 생각해 봤다. IMF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아내와의 잠자리가 시원치 않았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 냈다.
45세, 한창 연부역강한 나이가 아닌가. 지난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내에게 져본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발기가 잘 되지 않았고, 어떻게 삽입되는가 싶었을 때 궁합(?)이 잘 맞지 않았던 사실도 기억났다. 되짚어 보니 삽입 자체가 어렵기도 했고, 어쩌다 삽입이 되어도 스르르 미끄러져 빠져 버리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 M씨는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병일지라도 성생활이 원만치 못하게 되고, 만의 하나 불능이라도 되면 남은 20~30년은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여생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는 사색이 되어 진찰실 문을 밀고 들어섰다. M씨는 증상은 문진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었다. .구부러진 못 증후군?, 의학적으로는 페이로니씨병이란 것이었다.
음경의 백막이 섬유화되어 탄력이 없어지다보니 발기시 한쪽으로 구부러지는 것이다. 1873년 페이로니가 의학계에 보고한 이래, 이 희한한 질병은 경쾌하게 고칠 치료법도 발견되지 않았고 수술을 해 바로 잡아도 다시 재발할 확률이 높아, 비뇨의학과의 영원한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
다행한 것은 비교적 흔한 이 질병의 환자 중 50%는 그대로 놔두어도 6개월쯤 후에는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도 생명이 위험은 없다는 것이었다. 조물주가 특별히 봐준(?)것이었을까 “크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한 6개월 기다려 보고 원상 복귀되지 않으면 수술을 한 번 해봅시다. 그 사이 너무 걱정해서 심인성 발기불능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크게 잡수십시오.” 이렇게 덧붙이고는 비타민 E를 정력제라고 처방해 줬다. 그대로 보내면 의사가 못 고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고 심인성 발기부전이 생길까봐서였다.
이 질환의 경우 방사선 치료나 스테로이드의 국소 주사도 하집만, 인체에 부담이 되고 그 효과도 확실치 않아 정안되면 수술을 한다. 남성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 증상은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제일 문제되는 심인성 발기부전이 생기면 생불여서의 상태가 될 뿐 아니라, 성배우자에게까지 영향이 미쳐 제2의 피해자가 생기긱 때문에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것이다.
과거의 수술법은 구부러진 부위의 조직을 절제하고 대퇴부나 복누의 조직편을 떼내는 방버으로 펴주기만 했다. 그러나 이 수술을 해도 100%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데다 증상 자체에 병발하는 발기불능이나 심인성 발기부전이 고쳐지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첨단 남성의학은 이 문제까지 해결해 놓고 있다.
이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