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지니스 2007년 01월 01일 제 579호
20, 30대에는 조루, 40대 이후에는 발기부전, 50대 이후에는 전립선 질환. 이는 병원을 찾는 연령대별 남성들의 주요 질환들이다. 조루는 남성의 80%가 겪는 흔한 증상이다. 흔히 조루는 20대에는 그냥 지나치다 30대에 결혼과 함께 병원 문을 두드리곤 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방치했다간 정상적인 성생활은 물론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젊다고 자신하지 말라= “나 홀로식 원맨쇼도 이젠 지겹습니다.” 얼마 전 진료실로 덩치 좋은 30대 중반의 J 씨가 찾아왔다. 겉보기와는 달리 완전 고개 숙인 남자처럼 풀이 죽어 말하는 J 씨. 차마 남 앞에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어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채 7개월이 안된 신혼인 그의 고민은 바로 조루. 결혼 전에는 심인성 조루려니 하고 그냥 넘기기 일쑤였는데 결혼과 동시에 실전에서 자꾸 실패하자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 병원 문을 두드린 것이다.
문제는 결혼 후 신혼여행 첫날밤부터 시작되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할 타이밍에 준비도 안 된 아내를 뒤로 하고 그만 혼자 헛발질에 헛스윙만 하다 사정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 때는 너무 피곤하고 흥분이 되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나 홀로식 일방통행 원맨쇼는 결혼 후에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작은 편이 아닌데 왜 그리 빨리 끝나는지 한편으론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근처도 오지 말라는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진 게 벌써 2개월째. 참으로 보지 않아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러던 J 씨가 생각한 것은 위험하게도 시험적으로 성 파트너를 바꾸어보자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절대적인 쾌감과 충족감을 주어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이 자신의 조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진단(?)해 버린 것이다.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아내보다 정신적 부담이 없고 서비스가 나은 직업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그의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했는 데도 불구하고 아내와의 시간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만 것이었다. 그는 이제는 다 틀렸다고 생각했다.
“조루란 상대가 있기에 발생하는 병이 아닌 증상입니다. 너무 큰 기대감, 상대방을 무조건 만족시켜 줘야 한다는 강박감,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초조감이 사정 중추를 더욱 자극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며 병원을 찾아온 J 씨에게 필자는 꺾여진 자신감을 다시 세워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원인 찾으면 조루는 없다= 조루란 성교에 앞서, 또는 성교를 시작하자마자 조기에 사정하는 것으로 사정을 담당하고 있는 중추신경이 과도하게 흥분을 해 ‘발사!’ 지시를 내린다거나, 거꾸로 귀두에 분포돼 있는 가지 신경들이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사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삽입 후 ‘1~2분을 넘기지 못한다’, ‘왕복 횟수가 15회도 못 된다’, ‘파트너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치료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조루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퇴치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귀두 감각을 둔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단련하는 경우도 있다. 귀두 감각세포가 예민하면 조루가 된다는 것은 생활 상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루증으로 고민하는 남자는 병원에서 귀두부 감각 예민도를 측정하고 그 정도에 따라 음경 배부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을 받으면 만족할만한 성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조루는 심리 상태나 습관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스퀴즈요법’이나 ‘이완요법’ 등이 동원되기도 한다.
J 씨를 검사해 봤더니 그의 귀두신경은 지나치게 예민해 있었고 실험적(?)으로 경험한 외도에서의 경험 때문에 그는 더욱 급속한 조루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그에게 적용된 치료법은 음경배부신경 차단 수술. 수술 후 J 씨는 완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섹스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자 표정과 행동마저 바뀐 새로운 남성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무연·강남유로클리닉 원장(전문의/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