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파리의 센 강 좌측 강기슭에 <네루의 탑>이라는 매우 오래된 카페 왕조의 저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성에는 높이가 25미터나 되는 탑이 우뚝 서있었다.
1313년 가을.
썰렁한 땅거미가 파리 시내에 깔리고 센 강 수면에는 하얀 베일과 같은 안개가 자욱했다. 까만 어둠 속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얼굴을 감춘, 아주 품위있어 보이는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탄력있는 유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자는 망설이지 않고 오가는 남자들의 유혹에서 네루의 탑 안으로 안내했다. 탑 안의 거실에는 난로불이 활활 타오르고 식탁에는 맛있는 요리가 차려졌으며, 술잔에는 술이 가득 채워졌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향연이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남자들은 각각 귀부인의 손에 이끌려 열락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녘의 어둠, 탑의 높은 창에서 커다란 마대가 센 강에 던져졌다. 자루는 차츰 가라앉으면서 멀리 흘려가버렸다.
께느른한 애욕의 잠에서 깬 여자들은 루이 10세 통칭 싸움왕의 왕비 블라슈 드 브르고뉴와 그 시녀들이었다. 파리에서는 매일 밤 젊은 남자들이 유괴되어 사라진다는 호색한 소문이 널리 퍼졌다. 따라서 은밀한 탐색이 시작되었고, 결국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하필이면 루이 10세와 샤를 4세 의 왕비와 시녀들이 남자들을 닥치는대로 네루의 탑에 끌고 들어가서는 밤시중을 시킨 다음 일이 끝나면 마대에 돌과 함께 채워넣어 강물에 던져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왕비들에게는 이유는 있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되는 왕비들이 전란 때문에 끊임없이 독수공방을 하게 되니 끓어오르는 욕정을 달랠 길이 없었던 것이다. 반면 왕들은 전쟁에 나가면서 마음에 드는 총첩을 데리고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국 젊은 여자들의 욕구 불만을 폭발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1314년 왕비와 시녀들은 체포되어 게이야르성에 유폐되었다. 마르그리트는 남편 루이 10세가 이불을 덮어 씌워서 숨막혀 죽고 말았다. 후세에 뒤마가 이것을 희곡화했고, 아벨 간스가 1937년에 영화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