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원실의 P이사는 자신이 최근 겪고 있는 신체적 변화를 이렇게 한마디로 설명한다. 회사 내에서의 그의 위상과 침대에서의 평가는 <천국과 지옥>이었기 때문. 그렇다고 그가 병원을 찾은 것은 잃어버린 성기능을 되찾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요즘 남모를 우울과 무기력, 그리고 성욕저하와 식은 땀, 안면 홍조와 같은 정신적-육체적 퇴행증상이 심각하게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에게도 폐경기가 있을까. 물론 생리가 없는 남성들에게 폐경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50세를 전후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가장 뚜렷하게 느끼는 변화가 성기능의 퇴락. 사정후 성적 능력의 회복까지 나타나는 무반응기가 길어지고 성적 극치감도 크게 떨어진다. 박달나무같은 단단함도 옛날 얘기다.
남성의 발기력은 음경동맥을 통한 혈액의 주입량에 달려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혈관에 노폐물이 끼고 탄력이 떨어지면 자연히 강직도 역시 떨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음경혈관 뿐 아니라 인체내의 모든 혈관이 막혀간다는 사실이다.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의 위험이, 머리의 혈관이 좁아지면 뇌경색등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혈관만이 늙는 것은 아니다. 산소를 교환하는 허파꽈리의 감소로 폐활량은 20세의 4.5리터가 60대에 이르면 2리터로 줄어들고, 몸의 평형감각은 60%, 근지구력은 50%, 유연성은 40%나 감소한다. 시력은 돋보기에 의존해야 하고, 청력은 TV의 볼륨을 높이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성들을 심정적으로 위축시키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생식기능의 노화현상이다. 성기능을 비롯, 성욕저하와 관련된 호르몬은 역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일반적으로 50대 전후부터 70∼80대까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는 30∼40%까지 줄어든다고 보고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은 남성을 남성답게 하는 것으로 왕성한 정력과 근육질, 체모, 심지어 골밀도까지 관여한다.
그러나 이같은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여성처럼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쇠락해가는 남성의 기능을 회복해주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보완해주어야 할까. 몬도가네식 혐오식품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저변에는 이러한 심리가 깔려있다. 이러한 남성들의 욕구는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비아그라가 출시를 하자 전세계의 언론은 나라마다 흥미로운 풍속도를 전하고 있을 정도였다.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여성처럼 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서구적인 식생활이나 흡연 등의 나쁜 습관, 그리고 운동부족,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체력감소 떄문에 주로 나타난다. 한심한 것은 우리사회가 '성적인 능력'과 '남성의 능력'을 비례해서 생각하는 관념들이다. 다시말해 우리가 만든 성문화가 스스로의 폐경기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들을 직접 상담하고 치료하는 전문의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결국 운동을 하고 규칙적이고 건실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이 남성의 폐경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라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
<이무연mooyeonlee@gmail.com>
